김대복 한의학 박사 (혜은당클린한의원장) |
[민주신문=홍의석 기자] ‘긴장하면 설사를 한다. 변비가 있다. 잔변감이 있다. 화장실을 하루에 여러 차례 간다. 배에 가스가 찬다. 두통이 있다. 복부 팽만감이 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전전긍긍한다.’
이 같은 만성적인 증상을 달고 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로 인해 장거리 여행 때는 화장실이 없는 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시험이나 프리젠테이션 때는 하복부가 부글거리며 소화가 안 돼 중요한 테스트를 망치기도 한다. 집이나 사무실 등 익숙한 곳에서는 위장에 지극한 평화가 있으나 낯선 곳에만 가면 배앓이를 해 화장실로 뛰어간다. 이 같은 증상이 장기간 계속되면 두통, 어깨 결림, 전신 피로, 의욕상실과 함께 일부 사람에게는 입냄새도 난다.
이것이 과민성대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이다. 해부학적으로나 질환적인 이상이 없음에도 대장 근육이 민감하게 수축 운동을 해 장부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총체적 증상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소심한 사람과 여성에게 많다. 소심한 사람이나 여성은 보다 꼼꼼하고, 주위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특히 여성은 호르몬 변화로 남성에 비해 감정 기복이 많을 수 있다. 대장증후군과 연계해 입냄새 상담을 위해 한의원을 찾는 빈도는 조용하면서도 주위에 신경을 많이 쓰는 30대 여성 비율이 높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사회생활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하지만 병원을 찾아 대장 내시경, X-선 촬영, 혈액 등의 검사를 해도 별다른 이상 소견이 없는 경우가 흔하다. 원인은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선천적 요인은 유전적으로 장기능을 약하게 타고난 체질로 스트레스 민감형으로 볼 수 있다. 후천적 요인은 위장관 팽창, 위장약 복용, 장의 감염, 섭생, 음식 과민반응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치료는 걱정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심리적 불안 요소를 제거하고 대장에 자극적인 음식을 피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명상의 생활화도 마음을 안정시키기에 도움이 된다. 약물로는 진경제, 부피형성 완화제, 신경안정제가 처방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임시변통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치료는 장 기능 개선이다.
위장의 기능은 중추신경과 밀접하다. 한의학에서는 장과 뇌의 유기적 관계에 주목한다. 걱정 불안 등의 스트레스는 장 신경을 자극해 운동 감각 이상을 초래한다. 긴장성 대장증후군 증세는 뇌와 위장과 대장 신경계로 접근하는 게 효율적이다. 구체적으로 산조인 같은 약재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장을 편안하게 하는 처방으로 자율신경 회복을 꾀한다. 자율신경이 안정되면 장의 기능은 자연스럽게 개선된다.
또 위열(胃熱)도 다스려야 한다. 스트레스와 소화능력 저하는 노폐물에 의한 발열 작용으로 위열(胃熱)을 일으킨다. 열의 발생은 타액 분비를 감소시켜 입마름을 유발한다. 입안이 마르면 침의 항균작용과 윤할 작용이 줄고, 세균이 증식된다. 대장증후군이 지속되면 입냄새가 나는 이유다.
위장관 질환은 오장육부 균형 회복으로 치료할 수 있다. 위와 장의 직접적인 치료와 함께 정신활동과 연계된 간(肝), 심장(心臟) 기능도 강화할 때 근본치료가 된다. 체질과 증상에 따라 다른데 소요산, 귀비탕, 분심기음, 시호가용골모려탕, 온담탕 등이 많이 처방된다.
홍의석 기자 news@iminju.net